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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칼럼1] 구조엔지니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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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구조
  • 13-08-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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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조엔지니어는 누구인가?

 

 

‘구조엔지니어는 단순 구조계산을 하는 사람?’ 건설 업종 종사자 중에 적지 않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램에 정보를 넣어주기만 하면 철근배근, 부재크기 등과 같은 출력물이 바로 나오며, 컴퓨터가 거의 모든 것을 해 준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모든 같은 조건의 구조물은 항상 같은 구조계산결과가 나와야 된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만약 같은 조건의 구조물을 놓고 10명의 구조엔지니어들에게 구조설계를 맡기면, 10개의 결과물은 모두 다르게 나온다. 왜 그럴까?


그건 어떤 구조엔지니어가 어떤 구조계산방식을 사용하였느냐를 따지기에 앞서 그들마다 각자의 구조적 사고방식(Structural Mind)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엔지니어는 자신들을 구조를 계산하는 사람(Calculator)으로 보다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Structural Designer)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최근 M사에서는 저층구조물 구조설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건축사가 구조설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하면서 건축사사무소를 대상으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설계개요를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구조정보를 생성하고, 구조계산서와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가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자동생성 된다고 한다. 앞으로는 구조도면 자동화 제품의 첨단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건축사사무소에서 구조설계를 건축구조기술사에게 맡기면 외주비가 소요되니 구조설계를 자동적으로 해 주는 프로그램을 사서 직접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대단히 편리한 도구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구조물에서의 힘의 흐름과 응력 및 변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컴퓨터 출력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으며, 만약 잘못된 출력결과로 인한 설계하자가 있더라도 이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 컴퓨터는 오류가 있는 입력정보를 넣어주면 그것을 판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결과 또한 당연히 잘못된 값을 출력을 하게 된다. 따라서 유능한 구조공학자 또는 구조설계자가 되려면 컴퓨터도 잘 다루어야 하지만, 구조역학,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 합성구조, 목구조, 조적구조, 특수구조, 전산해법 등 구조공학 관련 지식의 기초 및 이해를 확실하게 다져서 구조적 사고방식을 좋게 정립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구조설계자도 M사의 구조설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M사에서는 프로그램의 사용 전 유의사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이론과 설계지식이 집적되는 구조해석 및 설계, 지반 및 터널해석프로그램의 특성상 이 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어떠한 이익과 손실에 대해서도 이 프로그램의 개발 후원자와 개발자 그리고 검증참여기관에게는 권리와 책임이 없습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전에 사용자 지침서에 대한 충분한 이해과정이 필요하며 프로그램의 수행 결과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검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국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발생하는 손실은 책임지지 않겠으니 사용자가 알아서 잘 검증하고 사용하라는 것이다.


구조엔지니어는 어떤 구조물을 설계할 때 정답을 내는 구조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구조설계(Optimized Structural Design)를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다. 구조엔지니어가 정답을 내는 구조설계를 할 수 없는 것은 엄밀히 얘기하면 구조는 정답(正答)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설계자는 현행 구조용 기준 및 시방서(Structural Code)를 준수해야 하며 이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를 지키는 내에서 구조엔지니어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생각으로 각 상황에 적합한 구조설계를 하게 된다.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구조설계기준들은 구조공학자나 기술자들에 의하여 특정한 재료의 사용에 대하여 기준을 제시하거나 또는 특정한 구조물의 설계에 대하여 언급하고, 설계하중, 설계방법, 허용응력, 재료의 성질 및 강도, 건설형태 등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설계로 인하여 사람들이 인적, 물적 등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국가나 공신력 있는 각종 학회 등에서 최소한의 지켜야 하는 규정들을 정한 것이다. 여러 구조설계기준은 설계개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구조설계의 목적인 외력에 대한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여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건물의 사용성에 지장이 없도록 과도한 변형과 흔들림 등을 방지하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과 사용성을 만족시키면서도, 뛰어난 경제성과 시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적인 구조설계라고 할 수 있다.


최적화된 구조설계(Optimized Structural Design)란 건축계획 및 디자인을 적절히 만족시키면서 구조적 안전성, 사용성, 기능성, 경제성, 시공편의성, 기술력 등이 적정하고 알맞게 조합되어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고 창의적이여 균형이 잡힌 실용적인 설계를 말한다.


구조엔지니어가 구조적 안전성과 사용성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구조물량이 많이 들어 경제성면에서 손실을 가져올 수 있고, 건축계획과 디자인을 구조적으로 무리하게 해결하려면 구조물량이 증가하고 시공이 어려워 이 또한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본인 영역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서 구조물량을 줄이겠다고 타 분야 즉 건축, 설비, 토목, 시공 등에 대한 고려 및 의견을 등한시 한다면 되레 총 공사비가 증가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공편의성 때문에 시공자의 의견을 너무 들어주면 건축주나 발주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힐 수도 있고 건축가의 디자인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 이렇듯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토목기술자, 설비기술자, 전기기술자, 조경기술자 등 어떤 건축물에 대하여 이해관계와 서로의 입장이 엉켜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구조엔지니어는 균형 잡힌 최적화된 구조설계를 해야 하는 어려움에 매번 봉착하게 된다. 그건 구조의 최적화라는 것이 수학공식처럼 이런 저런 변수에 정수를 넣으면 정확하게 나오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엔지니어 입장에서도 낮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설계만 한다는 것은 국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선도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전문가로서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이런 구조시스템은 해보지 않았다고, 어렵다고, 실패하기 싫다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용역비가 싸다고 새로운 구조시스템에 대한 도전을 사양할 수도 없다. 도전해 보지 않으면, 배움과 발전도 없으며 성공에서 오는 인생의 희열도 느낄 수 없다. 세상에 불가능한 구조는 없다. 다만 불합리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좋은 구조엔지니어가 되려면 기술과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개발 뿐만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통하여 얻어지는 직관력(直觀力), 통찰력(洞察力), 응용능력 그리고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동종 구조분야에 종사하는 후배 구조엔지니어들이 사석에서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구조설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구조설계자란 어떤 사람일까요?” 그때마다 나는 “구조설계란 힘을 흘리는 기술이며, 좋은 구조설계자란 창의적인 균형 잡기를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종종 대답을 한다.


창의적이고 균형 잡힌 구조설계를 위해 구조엔지니어들이 주로 고려하는 부분에 대해 몇 가지를 언급해 보면, 구조물은 외부로부터 수많은 힘을 받게 되는데, 이들 외력(外力)과 평형(平衡)을 유지하면서 파괴되지 않고 안정화되어야 구조물은 그 본연의 기능을 다 발휘할 수 있다.


구조물에 가해지는 외력은 주로 설계하중으로 표현되는데, 설계하중에는 고정하중, 활하중, 적설하중, 풍하중, 지진하중, 토압, 지하수압 등이 있다. 이들 하중은 크게 지구중심에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에 기인하여 작용하는 중력하중(고정하중, 활하중, 적설하중 등)과 구조물에 횡방향 힘과 수평변위를 주는 수평하중(풍하중, 지진하중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기둥과 보로 구성된 라멘(Rahmen)구조에서 중력하중은 일반적으로 슬래브(Slab), 보(Beam & Girder), 기둥(Column), 기초(Footing)를 순차적으로 거쳐 가장 가까운 경로로 지반에 전달된다. 즉 슬래브의 하중은 슬래브를 받치고 있는 작은보(Beam)나 큰보(Girder)에 전달되고, 작은보(Beam)의 하중은 이 작은보를 받치고 있는 큰보(Girder)에 전달된다. 그리고 큰보(Girder)의 하중은 이 큰보를 받치는 기둥(Column)에 전달되며, 상부기둥의 하중은 하부기둥으로 전달되고 이들은 기둥을 받치는 기초(Footing)를 통하여 지반에 전달된다. 이때 구조설계자가 보와 기둥의 배치, 크기, 재료 및 강도 등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하중 즉 힘의 경로는 달라진다. 하물며 구조설계자는 보 없이 슬래브의 하중을 직접 기둥에 전달시키는 무량판구조(Flat Slab System, Flat Plate Slab System)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중력저항 구조형식에는 이밖에도 보 또는 벽체로 지지되는 일방향슬래브 형식, 일방향 조이스트보 형식, 와플슬래브 형식, 헌치달린 조이스트 형식,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 바닥구조 형식, 일방향 철골보 형식, 이방향 철골보 형식, 삼방향 철골보 형식, 합성보 형식, 합성 조이스트 트러스 형식, 합성 헌치보 형식, 프리텐션과 포스트텐션을 적용한 합성콘크리트 바닥구조 형식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중력저항 구조형식 중 구조설계자는 최적의 구조형식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적의 재료강도, 부재형상, 설계하중, 구조평면/단면계획, 구조해석, 부재설계 등을 결정하고 수행하려 한다. 


한편 구조물은 항시 작용하는 중력하중에 저항해야 하지만, 때때로 불어 닥치는 강한 태풍이나 예고 없이 갑자기 흔들어대는 강한 지진에 대해서도 안전해야 한다. 현행 우리나라 건축구조기준에서 구조물의 설계용 풍하중은 어느 장소에서 재현기간 100년 동안 한번 발생가능성이 있는 최대 태풍으로 선정하고 있으며, 설계용 지진하중은 어느 곳에서 재현기간 2400년 동안 한번 발생가능성이 있는 최대 지진의 2/3 크기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설계자는 이들 설계용 풍하중과 지진하중에 대하여 구조물이 안전하도록 적절한 횡력저항 구조형식을 선정하고 최적의 구조해석과 부재설계를 수행하여야 한다. 횡력저항 구조형식에는 강접구조(모멘트저항골조), 전단벽구조, 가새구조, 전단벽-강접구조 혼합구조, 가새-강접 혼합구조, 합성구조, 엇갈린 벽보구조, 아우트리거 및 밸트 트러스 구조, 튜블러구조, 메가구조 등이 있다. 또한 현행 건축구조기준에서 기본 지진력저항시스템으로 크게 분류된 것만 보더라도 내력벽시스템, 건물골조시스템, 모멘트-저항골조시스템, 특수모멘트골조를 가진 이중골조시스템, 중간모멘트골조를 가진 이중골조시스템, 역추형시스템, 전단벽-골조 상호작용시스템, 강구조설계기준의 일반규정만을 만족하는 철골구조시스템으로 8종이며,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그 종류가 55종으로 매우 많다. 여기서 우리가 현실에서 많이 접하는 철근콘크리트조의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라멘구조는 강접골조 또는 모멘트골조라고도 불리는데, 그것도 보통모멘트골조, 중간모멘트골조, 특수모멘트골조로 세분화되며, 전단벽도 보통전단벽과 특수전단벽으로 나누어진다.


어떤 건축물에 있어서 구조설계자가 기본 지진력저항시스템을 어떤 것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각 구조부재별 부담하는 지진하중의 크기와 전달경로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모멘트골조와 전단벽 또는 가새골조로 이루어진 이중골조시스템에 있어서 전체지진력은 각 골조의 횡강성비에 비례하여 분배하되 모멘트골조가 설계지진력의 최소한 25%를 부담하여야 한다. 여기서 이중골조시스템의 요건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즉 중간모멘트골조가 독립적으로 설계지진력의 25%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건물골조시스템으로 설계할 수 있다. 건물골조시스템 설계 시 중간모멘트골조를 적용할 경우에는 지진하중의 100%를 전단벽이나 가새골조 등의 횡력시스템이 모두 저항하도록 설계할 필요는 없으며 골조가 지진하중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다만 건물골조시스템에서 보통모멘트골조로 설계하는 경우에는 설계지진력의 100%를 횡력시스템이 저항하도록 설계한다. 또한 전단벽-골조 상호작용시스템에서 전단벽의 전단강도는 각 층에서 최소한 설계층 전단력의 75% 이상이어야 하고, 골조는 각 층에서 최소한 설계층 전단력의 25%에 대하여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횡력시스템을 어떤 것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구조해석과 부재설계가 달라져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이를 결정하는 구조엔지니어는 지진공학과 내진설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구조물의 내진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조설계자는 어떤 건축물의 최적의 중력저항 구조형식을 선정하고, 그 중 일부가 횡력저항 구조형식으로 역할을 겸하도록 설계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때때로 초고층건물이나 특수한 건물의 경우에는 횡력저항 구조형식 때문에 중력저항 구조형식이 바뀌거나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힘은 구조물의 강성에 따라 흘러가지만, 구조설계자는 구조형식과 구조계획에 의하여 또는 부재의 강성을 조절함으로써 임의로 힘을 원하는 쪽으로 흘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구조설계자는 힘의 전달메카니즘을 형성시키는 창조자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구조설계자가 결정하는 하나하나에는 개인적 의미와 생명이 담아 있어야 된다. 즉 구조형식, 구조계획, 재료 및 강도, 부재의 종류, 배근, 접합형식 등 선택하고 결정하는 하나하나의 항목에 구조설계자는 자신의 혼을 담고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구조설계자는 어떤 철근콘크리트 보 설계에서 어느 부위에 철근을 한 대를 더 넣고 덜 넣고의 작은 부분의 선택에 있어서도 나름대로의 이유와 신념이 있어야 한다. “컴퓨터의 결과가 이렇기 때문에……”, “선배엔지니어가 이렇게 가르쳐주어서……”,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이런 식의 결정은 자기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구조엔지니어는 기계가 아니며, 각자 가치관이 있고 개성이 있는 생각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난 후배엔지니어들의 구조설계결과를 검토해 줄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왜?”다. 이는 상대방의 구조설계결과가 틀려서 질타하기 위함이 아니다. 상대방의 설계의도를 물어보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설계의도가 나의 구조적 사고방식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사고가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창의적이면 인정해 주고 싶고, 또 배우고 싶다. 물론 선배로서의 나의 경험과 다른 사고방식을 공유하여 더 좋은 설계를 찾기 위해서이다.    


구조설계의 창의적 균형 잡기는 앞에서 말한 구조설계의 최적화를 위한 여러 항목 및 분야의 조화를 말한다.


균형 잡기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힘(안전성), 변형(사용성), 재료, 공사비(경제성), 디자인(구조미), 건축계획(기능성), 시공편의(시공성), 기술수준, 전기, 설비, 토목, 환경, 윤리, 경영 등이 있을 것이다.


건축물은 반드시 구조적으로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구조설계는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건강한 사람, 보기 좋은 미남, 미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체가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고, 근육이 있어야 할 곳은 있어야 하고 불필요한 살이 없어야 할 곳에는 없어야 하듯이, 건강한 건물은 힘을 크게 받는 곳은 튼튼하게 설계하고 힘을 작게 받는 곳은 확실하게 구조물량을 줄여 주는 것이 효율적이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올바른 구조설계방법이다. 우리는 배불뚝이 아저씨를 튼튼하다고 또는 건강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저씨의 배에는 살보다는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물의 구조설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중력저항 구조형식과 횡력저항 구조형식으로 선정된 구조물은 여러 가지 외력에 의하여 힘을 크게 받는 부위가 있으며 힘을 작게 받는 부위가 있기 마련이다. 힘의 균형에 맞게 균형 잡힌 구조설계를 하는 것이 건물의 구조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군살이 없으므로 변형, 진동, 균열 등과 같은 건물의 사용성면에서도 성능이 우수하며, 구조물량이 줄어들어 공사비에서도 경제성이 있는 것이며, 적절한 부재가 선택이 되니 보기에도 좋아 디자인적으로도 멋진 구조미(構造美)를 유지할 수도 있다.


구조엔지니어들은 구조설계의 최적화방법으로 최소중량설계(Minimum Weight Design)를 많이 떠올린다. 최소중량설계란 구조물이 지지해야 하는 안전율이 포함된 종국하중을 만족하는 설계 중 구조재료의 중량이 최소로 되는 부재의 단면치수 및 구조물의 모양 등을 생각하는 설계를 말한다. 구조골조물량은 주로 사용하는 재료의 중량에 비례하여 공사비가 결정되므로 최소중량설계는 최소한의 공사비를 유도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최소중량설계가 항상 공사비를 절감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의 구조설계에서는 부재의 단면치수를 선정할 때 폭보다는 높이를 크게 할수록 구조적 효율성이 높아서 최소중량설계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보의 높이가 크면 같은 층수의 건물에서 층고가 높아지고 건물의 전체 높이가 높아져 건물 외벽 및 내벽 마감재가 많이 들어 건축마감재 비용은 증가될 수 있으며, 지하층의 경우는 건설시 굴토비용이 증가되어 토공사 비용이 증가되고, 기둥과 벽체는 높이가 높아져 구조물량이 증가한다. 건축법상 고도제한이라도 있어서 건물의 전체 높이가 제한된 경우에는 보의 높이를 줄이는 것이 층고를 절감시켜 몇 개 층을 더 지을 수 있어 임대면적을 증가시켜 건축주에게 금전적 이익을 줄 수도 있다. 되레 보의 구조물량은 더 들더라도 보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 전체 공사비를 줄여주고 건물의 가치를 높여 줄 수도 있다. 또한 구조설계자가 보의 높이를 산정할 때 검토해야 할 사항이 기계설비, 전기배선과의 간섭문제이다. 덕트, 배관 및 전기배선 등이 보 하부로 지나가거나 때로는 보를 관통해서 지나가야 함으로 층고와 함께 이들을 정리해야만 천정고(Ceiling Height)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설계자는 최적의 보의 높이를 선택할 때, 건축가, 전기기술자, 설비기술자, 인테리어업자와의 협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제한된 보의 높이에서 최적의 보 부재를 선택하거나 최적의 철근량을 결정해야 한다.


요즈음 구조설계에 있어서 Value Engineering(V.E.)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V.E.란 가치공학이라고도 하는데, 현장이 주체가 되어 최저의 총비용으로, 발주자로부터 맡겨진 예산을 유효하게 활용하여 최종적으로 그 공사에서 요구되는 품질, 공기, 안전성 등의 가치향상을 꾀하는 개선활동을 말한다. 시공단계에서 최저비용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공단계 이후의 원가발생요소는 물론이고 설계단계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능과 효율을 향상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구조V.E.란 원 구조설계에 대한 구조적 안전성은 물론 과잉설계에 대한 부분은 없는지를 재검토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는 원 설계자의 흠을 잡아낸다는 개념은 아니며 건강하고 경제적인 건물을 완성한다는 공통목표를 가지고 원 설계를 보완한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의 개념이다. 좋은 설계란 주문자의 의도에 대하여 과부족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면, 구조설계자가 자기도취, 자기만족 혹은 과잉시방에 빠지면 원가는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설계자는 구조시스템, 구조계획, 구조사고방식의 차이, 사용재료의 선택 등에 따라 구조물량의 차이는 엄청나게 날 수 있음을 겸허히 받아드려야 할 것이며, 구조지식 뿐만 아니라 공기에 대한 검토, 기술 및 시공성에 대한 고려, 원가절감 및 견적에 대한 인식 등의 V.E.개념을 갖춘 완전한 엔지니어(Total Engineer)로서의 자질을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원 구조설계자는 납품일정에 쫓기면서 잦은 설계변경에 바쁘게 결과물을 산출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의 검토와 다른 분야와의 협의가 부족하여 최선을 다한다고는 하지만 구조설계를 최적화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구조도면은 대부분 건축사사무소에서 작성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이므로 많은 프로젝트(Project)에서 구조설계자가 구조도면이 어떻게 작성되었는지도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혹 건축사사무소에서 작성한 구조도면을 검토해 보면 잘못된 표기가 많이 발견된다. 실질적으로 내가 이 분야에 종사한 이후로 아직까지 검토해 본 구조도면 중에 100% 완벽하게 작성된 것은 고사하고 구조계산결과와 똑같이 그려진 것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많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아직도 구조도면을 주로 실무경험이 얼마 되지 않은 사원들에게 맡기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잘못된 구조도면이 시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면 등골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이와 같이 구조V.E.는 구조계산서 뿐만 아니라 구조도면을 재검토할 수 있는 시간도 주므로 잘못된 구조도서로 인한 건물의 하자를 사전에 예방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원 구조설계자는 자기가 한 설계를 남이 손을 본다고 기분나빠하거나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건강하고 좋은 건축물을 위하여 혹시나 원 설계 시 소홀했던 부분이나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다른 구조전문가가 재검토해 주고, 한 번 더 챙겨주고, 설계에 대한 책임도 같이 공유해준다고,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최근 건축업계에서는 리모델링(Remodeling)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부지에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면 기존에 수행하였던 업무를 중단하거나 다른 건물로 잠시 이주해야 하므로 거기에서 오는 영업 손실이  클 뿐만 아니라 신축으로 인한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오래 걸려 건축주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Remodeling)을 통한 수직 및 수평증축, 대수선, 용도변경으로 현 장소에서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공사를 진행해보려는 건축주가 들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 구조엔지니어는 기존 건물의 시간경과에 따른 노후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 구조물의 노후는 구성 재료의 물성 및 구조성능의 저하를 의미하며, 이 노후화는 구조물의 설계 시 적용되었던 하중조건에 대하여 구조물이 갖고 있던 구조적 성능의 열화를 가져와 안전성 뿐 만 아니라 사용성과 내구성 및 기능성 확보 면에서 건물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건물에 대한 각종 하자발생의 원인규명 및 구조적 안전성을 평가하고, 필요시 구조 보수 및 보강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구조안전진단의 취지이다. 수직증축이 이루어지면 기존보다 기둥과 기초에 하중이 증가될 것이며, 실의 용도변경으로 활하중이 증가될 수 있고, 건물 외벽마감을 석재로 하는 경우에도 고정하중이 증가된다. 때로는 기둥, 보, 슬래브 등과 같은 구조체를 제거하거나 변경하기도 한다. 이처럼 리모델링(Remodeling)에 따른 하중증가와 구조변경은 반드시 구조안전진단 및 구조검토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현행 건축구조기준에 의하면 3층 이상의 건물은 내진설계가 이루어져야 하고, 기존 건물과 붙여서 짓는 일체증축인 경우에는 전체구조물을 신축구조물로 취급하여 현행 내진설계기준에 따라 설계 및 시공하여야 한다. 기존 건물이 준공 당시 내진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과거 내진설계기준에 따라 설계되었어도, 리모델링 건물은 현행 강화된 내진설계기준을 적용하여 구조물의 내진성능을 평가하여야 하고, 만약 부족하면 내진보강을 하여야 한다.


건축물 및 공작물이 안전한 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 감리 및 유지・관리단계에 이르기까지 건축구조기준에 적합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건축구조기술사는 구조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건축구조기술사는 건축구조분야의 책임기술자로서 각자의 맡은바 직무를 양심적으로 수행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항상 자신의 기술향상발전에 노력하며 국가기술발전에 기여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로부터 위임된 건축물 및 공작물의 구조설계를 비롯한 구조감리 및 안전진단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하는 어떠한 부당한 행위에도 동참하지 아니하며 단호히 이를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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