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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칼럼 8] 자연에서 구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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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구조
  • 13-11-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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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연에서 구조를 배운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다가 결국에는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자연은 인류의 생명이며, 삶이며, 고향이다. 어쩌면 자연은 인류의 전부이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릴 적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나만 보더라도 젊은 시절에는 꽃이 이토록 예쁜지, 새소리가 이처럼 정겨운지, 살랑이는 바람이 그토록 상쾌한지, 시냇물의 졸졸거림이 그처럼 청량한지, 석양 노을빛이 이리 아름다운지 미처 알지 못했다. 요즘 아이들만 보더라도 여행이나 야유회를 함께 가보면 주위의 풍경보다는 장난감, 게임기, 또래 친구와의 놀이가 더 즐거운 것 같다. 왜 그럴까? 나름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은 그들의 젊음이 꽃보다 그리고 자연보다 더 아름다워서가 아닐까 싶다.


자연은 아름다운 겉모습도 있지만, 진정한 그의 모습과 현상에는 과학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그렇듯 구조기술자들도 자연의 모습과 현상에서 구조적 원리를 배우고, 창의적 영감을 얻곤 한다. 또한 자연의 구조적 형태는 구조기술 뿐만 아니라 디자인(Design)에도 각종 기술적 방법과 아이디어 발상의 원천이 되어주곤 한다.


자연은 인류에게 있어서 스승이며 또한 연구대상으로, 무궁한 자원의 소재를 제공한다. 어제의 쓸모없는 어떤 자원이 오늘의 값지고 위대한 자원으로 탄생하였으며, 지금의 관심 밖의 자연이 미래에는 어떤 위대한 경제적 가치로 탄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마침내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그것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자연도 자원이라고 불리지 못한다. 경제적 가치가 생기기 전까지 어떤 식물은 성가신 잡초였으며, 어떤 광석은 한낱 쓸모없는 돌덩어리에 불과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땅속에서 스며 나오는 원유는 토양을 망치는 쓸모없는 존재였다.   


자연의 형태를 구성하는 구조는 임의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퇴화와 진화, 시행착오 그리고 최적화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의 힘에 의해 형성되어진 것으로, 거기에는 조화와 균형 그리고 질서에 리듬(Rhythm)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말에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있듯이, 일반적으로 자연은 느낌이 좋고, 모나지 않으며, 친환경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건 자연 그 자체는 우리에게 늘 조화롭고 균형 잡힌 친근한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먼저 자연에는 직선적인 것 보다는 자유롭고 부드러운 곡선적인 특징인 비선형성(Nonlinearity)을 지닌 것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연에는 힘의 흐름에 있어서 형태에 따른 균형 잡힌 안정성(Stability)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연 속의 나무의 구조를 통하여 형태의 균형적 안정성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뿌리의 구조는 씨앗에서 처음 나와 땅 속을 향해 수직으로 자라는 굵은 뿌리에서 시작하여 순차적으로 얇은 뿌리, 어린 뿌리, 털부로 구성되어 땅 속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즉 뿌리의 구조는 땅 속으로 내려갈수록 굵기가 얇아짐으로써 상부 몸통을 땅에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고, 물과 영양분을 상부로 효율적으로 이동시킨다.


나무의 지상부분은 그루터기와 첫 번째 하부 큰 가지 사이에 뻗어 있는  굵은 밑줄기에서 시작하여 상부로 갈수록 갈라지면서 큰 가지, 잔가지, 잎으로 구성되어진다. 이때 잎은 잔가지에 의지하며, 잔가지는 큰 가지에, 큰 가지는 굵은 밑줄기에 지지되어 바람과 스스로의 무게에 견디면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나무에서 힘의 흐름은 잎, 잔가지, 큰 가지, 밑줄기, 뿌리로 내려와 땅에 전달되는 것이다. 뿌리는 건물로 말하면 기초에 해당되는 것으로 상부구조물 즉 나무에 비유하면 밑줄기, 큰 가지, 잔가지, 잎이 아무리 튼튼해도 뿌리가 약하면 나무는 바람과 같은 외부의 힘에 의하여 결국 쓰러지는 것이다. 또한 뿌리는 튼튼한데 밑줄기가 약하면 상부요소인 큰 가지, 잔가지, 잎은 자체적으로 아무리 튼튼해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나무는 안정성측면에서 뿌리, 밑줄기, 큰 가지, 잔가지, 잎의 순서로 중요하며, 상부요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하부요소가 튼튼함으로 자연적으로 균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동요 가사처럼 “도랑물 모여서 개울물, 개울물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큰강물, 큰강물 모여서 바닷물” 되듯이, 자연에서 여러 개의 작은 지류가 합쳐서 큰 강물을 이루는 모습도 마치 균형적인 안정된 구조와 같다. 또한 강의 꼬불꼬불한 물길은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강물의 흐름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함으로써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생태계를 제공해 준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공학적인 기술은 선형적이고 단순한 구조에 익숙하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비선형성과 체계적인 균형의 안정성이 더 효율적이고 자연스럽다. 즉 자연의 비선형성과 균형의 안정성에 바로 자연스러움의 비밀이 숨어 있다. 만약 인간이 자연의 비선형성과 균형의 안정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하여 자연스러움을 잘 구현한다면, 인간은 앞으로 추구하는 모든 기술의 효율성과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볼 때,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구조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먼저 새들은 나뭇가지, 깃털, 풀 따위의 가늘고 긴 부재를 짜 맞추면서 둥지를 짓는다. 이때 새둥지는 일종의 ‘가구식 조립구조’라고 말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목구조와 철골구조를 꼽을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주경기장으로 사용되었던 베이징 국립경기장은 중국인들에게 새둥지(냐오챠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형태가 얼기설기 얽혀있는 철골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외관은 구조 그 자체이며, 구조적 요소들은 서로 지지하면서 파사드(Facade), 계단, 지붕 등이 통합된 그리드(Grid) 같은 공간을 형성시키고 있다. 전천후 지붕을 만들기 위하여 투명한 막으로 채운 경기장의 구조는 새가 잔가지로 둥지를 지은 후 부드러운 충전재로 틈새를 채워 새끼의 양육을 위한 보금자리로서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을 연상시킨다. 


또한 바다제비는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하여 바닷가 높은 절벽에 제비집을 짓는다. 이때 집제비와는 달리 해초와 생선뼈 등을 모으고 여기에 입에서 뱉어내는 끈적끈적한 타액을 섞어 둥지를 만든다. 토해낸 새의 타액이 마르면서 단단하게 굳으면, 타액은 둥지가 깎아지른 절벽의 동굴 벽에 달라붙도록 해준다. 이것은 건축분류상 습식구조로, 물, 흙, 회반죽, 시멘트 따위를 써서 벽돌, 돌 등을 짜 맞추어 사용하는 조적구조나 철근콘크리트구조가 이에 해당한다.   


한편 벌집은 벌들이 새끼를 기르고 꿀을 저장하면서 생활을 하는 천연 구조체이다. 벌집의 내부구조는 일벌의 배 아래쪽에서 분비되는 노란색 물질인 밀랍으로 만들어진 육각형의 방들로 구성되어 있다. 꿀벌이 만드는 육각형의 조합인 벌집은 가장 적은 재료를 사용하여 가장 넓은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사실 단일도형이라면 원이 가장 짧은 선으로 가장 넓은 면적을 만들 수 있지만, 원들을 서로 묶어놓으면 원들의 사이에 틈이 생겨 공간의 낭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육각형은 원에 가까우면서도 서로 연결되었을 때 낭비되는 공간이 없으므로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꼭 육각형의 조합만이 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각형이나 사각형의 조합도 틈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삼각형이나 사각형의 조합은 벌의 애벌레가 생활하며 자라는데 지장을 받는다. 벌의 애벌레는 점점 자라서 번데기가 되기 전에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벌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만약 벌집이 삼각형이나 사각형이면 동그랗게 누워있는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고, 이는 공간의 낭비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작은 충격에도 몸이 흔들리게 되어 애벌레가 자라는데 많은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벌집은 삼각형이나 사각형이 아닌 육각형의 조합으로 지어지는 것이다. 또한 육각형은 정삼각형 6개가 있는 도형이라서 삼각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트러스구조와 유사하게 같은 재료로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효율적인 도형이다. 문헌에 의하면 벌집은 최대 벌집무게의 30배의 무거운 꿀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육각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벌집의 구조는 천연 밀랍으로 만들어진 골판지를 연상하면 되는데, 가벼운 재료와 안정된 구조로, 최대의 효율적인 공간을 만드는 셈이다. 이처럼 꿀벌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구조물을 창조하는 자연의 지혜를 체득한 것이다. 오늘날 벌집의 구조는 허니콤 구조(Honeycomb Structure)로 불리면서 가볍고 휨이나 압축에 강하기 때문에 각종 분야에서 종이, 플라스틱판, 알루미늄이나 철의 박판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비행기 구조연구자들은 재료를 절약하고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벌집식 사이층’ 구조물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구조적 성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소음이나 열을 격리시키는 성능도 좋다고 한다. 또한 이 구조는 외부 충격력을 흡수하는 성능도 뛰어나서 고속열차의 앞부분에 있는 충격완화장치로 사용되고 있는데,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이 장치의 내부는 허니콤 구조로 구성되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충돌에 대하여 충격량의 80% 정도를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우수하다고 한다. 그 밖에도 허니콤 구조는 골판지, 단열재, 층간소음 완충재, 철골보 등 각종 건축물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1889년 파리의 만국박람회 때 구스타프 에펠(Gustave Eiffel)에 의하여 건설된 에펠탑(Eiffel Tower)도 사실 인간의 뼈대에서 힌트(Hint)를 얻어 설계되었다고 한다. 당시 에펠(Eiffel)은 인간의 뼈대 중 가장 굵고 단단한 구조를 가진 대퇴골을 통하여 구조적 장점을 분석하였는데, 인체의 대퇴골은 중심이 비어있는 중공구조로서 관절 주변이 촘촘히 이어져 있어 위아래의 힘을 신속하게 분산시켜줌으로써 몸의 안정과 균형을 잘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퇴골은 순간적으로 약 500kgf의 힘까지도 견딜 수 있는 단단하고 과학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에펠탑(Eiffel Tower)의 4개의 다리부분은 사람의 엉덩이뼈와 허벅지뼈를 잇는 곡선에 착안하여 아치(Arch)형태의 철골트러스(Truss)로 구성하였다. 철골구조로서 아치와 트러스의 구조성능에 대한 앞선 건설지식과 인체공학적 구조원리를 활용한 창의적 영감을 통하여 건설된 에펠탑은 바람 등의 하중에 대하여 균형적인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곡선을 사용함으로써 공학적 배려와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도 인간은 거미줄을 보고 현수구조와 그물망 모양의 네트(Net) 구조를, 자연동굴을 보고 아치(Arch)와 돔(Dome) 구조를, 조개 및 알껍데기를 보고 쉘(Shell) 구조를 생각해 내었다.


앞으로도 건축과 구조에서 자연이 알려준 수많은 지혜와 영감을 이어받은 놀라운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수많은 진실을 알려주지만, 우리는 그런 자연의 소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어보면, 자연은 우리에게 삶의 가치를 드높여 주는 너무나도 값진 힌트(Hint)들을 많이 제공해 주고 있다. 이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은 이미 오랜 시간동안 보완과 진화를 거듭하면서 최적화의 과정을 통하여 거의 완벽한 시스템(System)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물건보다 더 정교하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작품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과학과 기술의 시작도 자연으로부터의 경외심에서 시작하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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