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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칼럼 9] 생활 속에서 구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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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구조
  • 14-01-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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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생활 속에서 구조가 보인다.

 

 

따사로운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교차하는 상쾌한 아침이다. 나는 요즘 운동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오랜만에 좀 걸으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근을 한다.


지하철역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평상시 보지 못했던 멋스러운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보인다. 나무를 보니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다녀 온 캐나다(Canada) 여행에서 본 밴쿠버(Vancouver) 공항의 구조시스템을 이루는 기둥들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 기둥들은 나무의 형상을 추상화하고 있었는데, 철골부재인 H형강을 이용하여 몸통을 이루는 굵은 줄기에서 사방으로 V자모양의 버팀대(Knee Brace)를 보내어 지붕의 수평 보들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몸통을 이루는 굵은 줄기는 하부에서는 두껍고, 상부에서는 얇은 부재로 구성되었으며, V자모양의 버팀대(Knee Brace)들은 서로 높이를 달리하면서 변화하는 단면을 가지고 굵은 줄기로부터 위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져 나무모양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일한 모양으로 표준화된 기둥구조로 형상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집단을 이루니 공항 내부는 숲이 되어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캐나다(Canada)에서 밴쿠버(Vancouver) 공항을 설계한 건축가의 자연친화적인 의도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구조적으로도 기둥의 버팀대(Knee Brace)는 지붕을 구성하는 수평 보들의 경간을 줄여주어 부재의 크기를 작게 할 수 있으며, 바람이나 지진에 대하여 저항하는 요소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나무구조’는 효율적인 구조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나는 길가의 멋스러운 소나무 한 그루를 보며 재미있는 상상을 더 해 본다. ‘저 나무형태 그대로를 건축물로 만들면 어떨까? 저 나무의 줄기 속이 비워 있고 각 높이별로 바닥판이 형성된다면, 초고층 건축물로서 구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나무건축물의 횡력저항 구조형식은 비선형적인 튜블러 구조(Tubular Systems)가 되겠지!’


나는 한 그루의 소나무를 통하여 얼마 전의 기억들과 상상의 놀이를 즐기며 즐겁게 지하철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와 같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직업에 비추어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웃자는 소리로 ‘병’이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은 ‘병’이 아닌 ‘약’이다. 그것도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보약’이다. 이 ‘보약’을 통하여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일들, 좋아하는 일들, 관심 있는 일들에 대하여 새롭게 느끼며, 수없이 되새김질 해보고, 쉽게 이해하고, 신선하게 배우고, 터무니없게 상상해봄으로써 그 분야의 대한 이해력과 응용력 그리고 창의적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며,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내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생활 속에서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많은 것들이 생각의 소재이며, 우리의 스승인 것이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통한 공부의 성과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열정의 크기에 대한 달려있다.          


나는 지하철을 탔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속을 쳐다보고 무엇인가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지하철의 흔들림에 나는 무심코 손잡이를 잡는다. 그 순간 지하철 손잡이와 그 구성요소들이 내 눈에 보인다. 플라스틱(Plastic) 재질의 손잡이는 같은 재질처럼 보이는 끈에 매달려 가로질러 있는 스테인레스강(Stainless Steel)으로 제작된 강관(Pipe)에 걸려있었고, 이들 가로강관은 상부 천장에 매달려 있는 또 다른 3개의 수직강관에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손잡이를 통하여 전달되는 나의 힘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생각한다. ‘손잡이 끈은 당겨지고 있으니 인장재(Tension Member)이고, 가로강관은 손잡이 끈들을 지지하는 2경간 연속보의 휨재(Flexural Member)이고, 이들 가로강관을 지지하는 3개의 상부 수직강관과 각각의 수직강관을 천장에 붙이기 위하여 사용된 4개의 작은 나사못은 인장력에 견디는 인장재(Tension Member)이다.’


세상 만물은 나름대로의 쓰임새와 역할이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사물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의 쓸모를 발견해 주지 않아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발견처럼 보람차고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보편적인 시각과는 다른 시각으로의 관찰을 통해서 말이다. 나는 지하철의 손잡이와 그 구성요소들을 발견하고, 다른 시각으로 그들의 구조적 쓰임새와 역할을 일일이 부여해 보았다.   


나의 생각은 계속된다. ‘이들 손잡이와 그 구성요소들을 만든 사람들은 과연 이 구조물이 어느 정도의 힘에 대하여 안전하게 지탱되도록 고려한 것일까? 그리고 지하철을 탄 사람들이 모든 손잡이를 잡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힘이 손잡이에 전달될까?’ 그러면서 나는 지금 손잡이를 어느 정도의 힘으로 잡고 있는지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내 몸무게의 10~20% 정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손잡이를 기계체조 링(Rings)에서와 같이 장난삼아 매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모든 손잡이에 사람들이 자기 체중을 실어 매달리면 이 구조물은 괜찮을까?’ 나는 눈을 통해 느껴지는 감성적 직관을 통하여 부재 및 접합부의 강함과 약함을 평가한다. ‘이 정도면 손잡이 끈, 가로강관, 수직강관은 튼튼한 것 같은데, 4개의 작은 나사못은 아무래도 약해서 빠질 것 같다. 그럼 구조물의 붕괴다!’ 다른 구조요소가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어느 한 곳의 접합부가 취약하면 구조물은 붕괴할 수 있다. 그래서 방심은 금물이다. 모든 업종의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기술자들은 작은 부분 하나 하나 꼼꼼히 챙기는 습관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물론 나의 상상처럼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모든 손잡이에 사람들이 매달리는 상황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고의적으로 구조물을 파괴시키고자 하는 범죄이며, 그 상황을 구조공학에서는 예측치 못한 ‘재난’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을 ‘재난’이라는 핑계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방관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예전에 공항대기실에서 비행기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어린 아이가 건물 밖으로 기울어진 커다란 커튼월(Curtain Wall) 유리창을 향하여 달려가 기울어진 커튼월(Curtain Wall)에 기대어 누워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어린 아이에게는 기울어진 커튼월(Curtain Wall) 유리창이 투명한 침대로 보여 누워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때 커튼월(Curtain Wall)은 아이의 몸무게를 고스란히 지탱하여야 하였다. 그것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커튼월(Curtain Wall)이 무너져 어린 아이와 함께 건물 밖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순간 아찔했었다. 다행히 그 당시 어린 아이와 커튼월(Curtain Wall) 모두 무사했다. 그 순간 나는 앞으로 건물 밖으로 기울어진 커튼월(Curtain Wall)의 구조설계 시 이런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구조적 안전에 이상이 없게 꼭 하중을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럼 ‘최악의 위험상황까지 고려하여 구조물을 강하게 만들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구조물을 너무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무조건 강하게 만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구조검토 시 설정하는 하중에 대한 구조물의 안전성(Safety)과 비용(Cost)에 대한 최적화(Optimization)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높은 안전성(Safety)에 비하여 비용(Cost)이 크게 상승하지 않으면, 높은 안전성(Safety)을 위하여 예측 가능한 높은 하중들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안전성(Safety)이 높아질수록 비용(Cost)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면, 합리적인 타협안으로 적정수준의 비용(Cost)을 감안한 적정한 안전성(Safety)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하철 안. 나의 눈은 내친 김에 물건을 올려놓는 지하철 선반의 구조형식도 분석에 나선다.


‘고정된 단부의 높이가 크고 끝으로 갈수록 높이가 작아지는 변화하는 단면을 가진 철판으로 제작된 캔틸레버(Cantilever) 보에 연속보 형식의 강관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각 캔틸레버(Cantilever) 보에는 6개의 큰 나사못이 박혀 있다. 선반 위에 짐들이 놓이면 그 하중들은 먼저 연속보 형식의 강관들에 전달되고, 이어서 캔틸레버(Cantilever) 보를 거쳐 6개의 큰 나사못을 통하여 열차벽체로 흘러갈 것이다. 나의 직관을 통해 볼 때, 선반의 크기와 높이를 고려하면 선반 위에 많은 짐이 놓이더라도 선반의 구성요소들은 모두 안전해 보인다.’


누가 이것을 만들었는지 참 튼튼하고 효율적인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앞에서 시각을 통하여 지하철 손잡이와 선반의 구조형식을 분석하고, 손잡이에 전달되는 하중과 선반 위에 놓일 수 있는 짐들의 하중을 예측했으며, 하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구조물에서의 힘의 전달경로를 예상했다. 그리고 어떤 것은 약하다고 하였고, 어떤 것은 튼튼하다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이 모든 나의 직관은 맞았을까? 사실 손잡이에 어떤 하중이 작용할지도 어떤 무게의 짐들이 선반 위에 올라갈지도 잘 모르고, 각종 구조요소의 재질과 강도도 모르며, 눈에 보이지 않아 강관의 두께나 나사못의 삽입깊이도 모르면서, 또 간단한 숫자 계산도 안 해보고, 어떻게 이 모든 직관적 판단이 맞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사실 나의 직관은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보고, 생각해 보고, 상상해 보고, 판단해 보는 그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사고의 습관은 머리의 훈련인 것이다. 시각적 훈련을 통한 생각의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인 것이다.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은 멘탈 트레이닝(Mental Training), 멘탈 리허설(Mental Rehearsal), 멘탈 프랙티스(Mental Practice) 등으로도 불리는 연습법의 하나로,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면서 연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피로가 적으며 실패에 대한 공포심 없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의 향상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 이것은 틀려도 상관없다. 연습일 뿐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 속의 판단이며, 밖으로 내놓지도 않을 터인데, 누가 이것을 비판할 것인가?


이런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을 통한 연습과 상상은 어떤 분야에서든 사람들에게 매사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며, 이성(理性, Rationality)과 감성(感性, Sensibility)의 사고력을 더욱 증진시켜 줄 것이다.


지하철을 내려 개표구를 빠져나오는데, CCTV 카메라(Camera)와 눈이 마주친다. 카메라(Camera)는 천장에 매달리어 설치되었는데, 키가 큰 사람이 조금만 뛰면 쉽게 잡을 수 있을 낮은 높이다. 나는 ‘사람이 뛰어서 카메라(Camera)를 잡고 매달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며, 카메라(Camera)를 지지하는 구조요소들을 살펴보고 평가해 본다. ‘카메라(Camera)를 매달고 있는 수직강관의 크기는 보기에는 끄떡없는데, 아! 천정에 강관을 부착한 작은 나사못 4개가 약해 보인다. 그럼 카메라(Camera)는 떨어지겠구나! 카메라(Camera)도 비쌀 텐데……’


이 경우 CCTV 카메라(Camera)를 지지하는 구조물을 사람들이 매달려도 튼튼하게 설치하는 것에 앞서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카메라(Camera)를 사람들의 손에 닿지 않는 높이에 설치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카메라(Camera)는 사람의 손이 쉽게 닿지 않는 높은 위치에 달아야 한다. 매사에 모험적인 무리한 시도보다는 위험요소에 대한 사전 차단과 예방이 더 중요하다.


구조설계 업무를 하다보면, 나의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건축계획, 시공, 토목, 조경, 설비, 인테리어(Interior) 등의 불합리한 면이 보이기도 하고, 그것으로 인하여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낭비, 하자, 불편, 사고 등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 쟁점에 대하여 알리고 공개하여 재검토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내 분야도 아닌데 귀찮다고 나 몰라라 하면서 회피해서는 안 된다. 좋은 건축물은 어느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협동하고 조화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공동작품인 것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이 아니더라도 만약에 건물에 흠이 생기면 프로젝트(Project)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좋은 작품을 위하여 자기 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 등을 다른 분야와 공유하고 융합함으로써, 동지들과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나는 CCTV 카메라(Camera)에 사람들이 매달리지 않기를 기원하며 지하도를 빠져나와 회사로 향한다.


나는 앞에서 어느 날 출근길에 보았던 생활 속의 몇 개의 사물들을 통하여 구조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 속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사물들이 존재하며, 우리는 그들과 접하며 함께 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출근길에서 가로등, 신호등, 표지판, 광고판, 버스정류장의 쉘터(Shelter), 놀이터의 놀이기구, 파고라(Pergola) 등의 철골 또는 목재로 만든 많은 구조물이 눈에 보인다. 또한 지금 내 눈 앞에도 의자, 책상, 책꽂이, 커피잔(Coffee Cup), 화분, 컴퓨터, 조명기기 등 많은 생활용품들이 있다.


그 사물들은 각각 쓰임새에 따라 어떤 형태를 가지며, 그 형태에는 나름 독창적인 구조방식과 힘의 균형과 위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각각의 사물들은 그 나름대로의 용도로서 역할을 하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외부의 여러 가지 힘으로부터 스트레스(Stress)를 받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세하게나마 움직이며, 때로는 생명체처럼 숨도 쉰다.


우리가 그것을 못 느끼는 것은  그들에 관심을 안 가져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생활 속의 모든 사물들은 연구와 호기심의 대상이다. 구조기술자는 생활 속의 구조물들을 통하여 눈으로 구조를 공부하고, 감각으로 구조적 직관을 키우며, 상상력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구조방식에 대한 영감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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